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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져갈 짐 다 쌌는데, 라면은 가져가지 마세요. 압수당해요."
출국 전날, 여행 단톡방에 뜬 정보에 챙겨놓은 신라면 사발면을 황망한 마음에 쳐다봤다.진짜 압수당하나?
정말 한국 라면을 미국에 가져갈 수 없는 걸까? 왜 한국인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퍼진 걸까? 그리고 실제 진실은 무엇일까? 몇 달 전 내가 직접 겪은 경험과 함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라면 반입 금지 괴담'의 진실을 파헤쳐보았다.
1. 미국 라면 반입 금지설의 시작
"미국에 라면 못 가져간다"는 소문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사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조류독감 파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중반, 조류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축산물 검역을 강화했다.
특히 문제가 됐던 건 '육수'. 한국 라면의 대부분은 소고기나 닭고기 육수 베이스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일부 여행자들이 "라면 스프에 육류 성분이 들어있어서 반입이 금지됐다"며 공항에서 수거당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2. 실제 미국 농무부 규정
미국 농무부의 정확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 가공 및 상업적으로 포장된 육류 제품은 대부분 반입 가능
- 밀봉되고 상표가 있는 인스턴트 식품은 대부분 허용
- 금지 대상은 주로 '날것' 혹은 '충분히 가공되지 않은' 육류 제품
이 규정에 따르면, 공장에서 밀봉되어 생산된 인스턴트 라면은 사실상 문제가 없다. 라면 스프에 들어있는 육수 성분은 고도로 가공된 형태이기 때문에 병원균 전파 위험이 극히 낮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이 라면을 압수당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세관 직원마다 규정 해석이 다르거나, 간혹 과도하게 엄격한 검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3. 신라면과 함께 LA 입성
결국 나는 올해 초 LA에 여행갈 때 신라면 사발면 10개를 캐리어에 넣었다. 친구들은 모두 "압수당하면 어쩌려고 그래?"라며 말렸지만, 공식 규정을 확인한 나는 자신이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12시간의 비행 끝에 LAX에 도착했다. 긴 입국 줄을 서며 내심 불안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고, 세관 직원이 물었다.
"Anything to declare?" (신고할 것이 있나요?)
"I have some Korean instant noodles in my luggage." (캐리어에 한국 라면이 있습니다.)
세관 직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Shin Ramyun? Those are good. They sell those here too, you know." (신라면요? 맛있죠. 여기서도 팔아요, 아시나요.)
그리고는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시켜 주었다. 심지어 그는 LA의 유명한 '가주마트' 이름까지 알려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내 대형 마트 코스트코에서도 신라면을 판매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미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개인이 몇 봉 가져오는 것에 문제가 될 리 없었다.
4. 라면 반입, 이것만 주의하세요
물론 모든 라면이 무조건 안전하게 반입된다는 보장은 없다. 내 경험과 조사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라면을 미국에 가져가기 위한 팁을 공유한다:
- 포장이 온전한 공장 생산 제품만 가져가자
- 개봉되거나 손상된 포장은 검역 대상이 될 수 있다
- 손으로 포장한 라면이나 비닐에 담은 라면은 피하자
- 적당한 양만 가져가기
- 개인 소비용으로 보이는 5-10봉 정도가 적당하다
- 지나치게 많은 양(예: 30봉 이상)은 의심을 살 수 있다
- 신고는 정직하게
- 세관 신고서에 식품을 가져온다고 정직하게 표시하자
- 숨기다 발각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최신 규정 확인하기
- 여행 직전에 미국 세관 및 국경 보호국(CBP) 웹사이트에서 최신 규정을 확인하자
- 국제 정세에 따라 규정이 변경될 수 있다.
결론 : 신라면과 함께하는 미국 여행,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여행 시 라면 반입은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경험처럼, 많은 세관 직원들은 이미 한국 라면에 대해 알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도 상업적으로 포장된 인스턴트 식품은 허용된다.
"미국에 라면 못 가져간다"는 말은 과거의 일부 사례가 과장되어 퍼진 일종의 '여행 괴담'에 가깝다. 물론 세관 직원의 재량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공식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만약 정말 걱정된다면, 이제는 미국 내 한인마트뿐 아니라 코스트코, 월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서도 신라면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아마존에서도 한국 라면을 배송해주니 너무 염려안하셔도 되겠다.
다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의 스프는 현지 식품 규제에 맞게 조정되었으니 미국에서 파는 신라면을 사먹는 경험도 해보는것을 추천한다.